인사이드 잡(Inside Job, 2010)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을 파헤친 탐사 다큐멘터리로, 제83회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맷 데이먼의 내레이션과 함께 방대한 금융 자료, 내부자 인터뷰, 그래픽, 영상 등을 통해 월가와 정부, 학계의 유착 구조를 낱낱이 밝힌 이 작품은 금융위기가 단순한 실수가 아닌, 구조적 부패와 무책임, 규제 실패에서 비롯된 ‘예견된 인재(人災)’였음을 주장한다. 영화는 경고한다. 이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위기는 반복될 것이다. 그 경고는 2025년 지금도 유효하다.
부패: 탐욕의 피라미드
영화의 핵심은 ‘월가’와 ‘워싱턴’의 유착이다. 투자은행, 신용평가사, 보험사, 회계법인, 로비스트, 심지어 경제학자들까지. 이들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 ‘거품’을 확대하고 ‘위험’을 은폐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을 AAA 등급으로 평가하고, 복잡한 파생상품을 아무런 규제 없이 유통하며, 연봉 수천만 달러를 챙기는 CEO들. 영화는 이들이 위기를 알면서도 방치하거나 부추겼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더 놀라운 것은, 위기 이후에도 이들은 처벌받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시스템이 부패했을 때, 개인의 선의는 무력하다.
무책임: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영화의 또 하나의 키워드는 ‘무책임’이다.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고, 집을 빼앗기고, 평생 저축을 날렸지만, 위기를 일으킨 주요 인물들은 어떤 법적 책임도 지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는 세금으로 대형 금융사를 구제하고, 책임자들은 더 높은 자리에 오르거나, 민간 자문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 이를 통해 영화는 ‘책임이 사라진 자본주의’의 위기를 지적한다. 금융위기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닌 ‘도덕의 붕괴’이며, 시스템이 잘못되었을 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에서는 동일한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규제실패: 사라진 견제 장치
인사이드 잡은 ‘정부의 기능 부재’를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지적한다. 금융 규제를 담당해야 할 SEC(증권거래위원회), 재무부, 연준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들은 금융권 출신 인사들로 채워졌고, 규제를 강화하기보단 완화하는 데 앞장섰다. ‘규제당국의 민영화’라고도 불리는 이 현상은, 시장 감시 기능이 완전히 마비되었음을 뜻한다. 감독기관과 피감기관이 동일한 이해관계를 가질 때, 감시가 아닌 공모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견제 없는 자본은 결국 폭주하며, 그 대가는 대중이 치르게 된다.
인사이드 잡은 단순한 사건 정리나 고발을 넘어, 관객에게 묻는다. “이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다면, 당신도 그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영화가 공개된 이후 15년이 지났지만, 금융 시스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대형 금융사는 커지고 있고, 규제는 미비하며, 탐욕은 정당화되고 있다. 그렇기에 인사이드 잡의 메시지는 지금도 유효하다. 이 작품은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자본주의의 뒤편’이며, 개인 투자자든 정책 결정자든 반드시 한 번은 봐야 할 영화다.